정체불명의 손님과의 심야 대치 사건

어젯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런데 불빛 한가운데에 A가 있었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뭐여 이놈…”
A도 잠시 멈춰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가야 했고,
A는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서로를 발견했다.
그렇게 몇 초 동안,
아주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A도 꽤 당황했을 것 같다.
A 입장:
“오… 어두워서 들어왔는데…”
🚶♂️
“어?”
🚶♂️
“사람이다”😳
나: “어?”
😳
A: “어?”
😳
나:
“뭐여 이놈”
A:
“뭐여 이놈”
지금 생각해도 웃긴 장면이다.
나는 A를 보고 놀랐고,
A는 나를 보고 놀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나는 일단 화장실 안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A는 나를 공격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슬금슬금 방향을 틀더니
다용도실 쪽 어두운 곳으로 사라졌다.
마치 말하는 것 같았다.
“저도 당황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누군가를 오해한다.
나를 괴롭히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사람도 두려워하고 있었을 수 있다.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어떻게 다가와야 할지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어젯밤의 A도 그랬다.
나는 A를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A는 나를 거대한 괴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피해 도망쳤다.
누가 이긴 것도,
누가 진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의 세계로 돌아갔을 뿐이다.
오늘 아침이 되자 A는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간 것인지,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A를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어젯밤 나는 화장실 앞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철학적인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가끔은,
가장 사소한 사건도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A야.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 살아라.
다만 우리 집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