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에게 화났지만… 마음이 바뀐 순간 (감정에서 이해로, 그 짧은 여운)

📞 오늘 한 통의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오늘 현대카드사로부터 대출 권유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평소 자주 이용하고 신뢰하던 곳이었기에, 지난번과 조건이 달라졌을까 싶어 전화를 받게 되었죠.
처음엔 상담사분의 말투는 친절한 편이었지만, 대화의 흐름은 다소 일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조금의 불안과 분노가 묻어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알아차리며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곧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도 많이 힘드셔서 그런걸꺼야.
🧒 어릴 적 서준, 지금의 나
예전엔 강요처럼 느껴지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끊거나,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어요.
그땐 감정이 앞서기도 하고, 여유가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어느새 저도 더 많은 일들을 겪고, 사람들의 사정이나 마음을 조금은 더 헤아리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전화를 건 상담사분도, 어쩌면 나와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이며, 이 세상 속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졌습니다.
☎ 상담사의 하루는 어떨까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전화를 해야 하는 상담사의 일상.
매번 다른 반응을 마주하고, 때론 무례한 언행에 상처받기도 하겠지요. 그런 반복 속에서 감정이 점점 무뎌지고, 결국엔 정해진 스크립트에 의존하게 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말투는 공손하지만 말의 내용은 때로 모순되거나 허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진심이 아닌 기계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라도 하루를 버텨야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상담사분도 제 조건을 무시하려 한 게 아니라, 그저 잠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피곤하거나,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점들을 이해해보고 싶어졌습니다.
🤝 나의 반응, 그리고 그분의 반응
그 순간, 제 안에서는 분명 화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안정했지만 일부러 말이라도 귀엽게 “감사합니당~”이라고 하며 전화를 마무리했어요. 그것은 억지로 감정을 누르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제가 그 순간 이해받지 못해 서운했을 뿐입니다.
통화를 마친 상담사분은 마지막에 약간 서두르는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느꼈던 감정을 그제서야 조금은 감지하셨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 우리 모두, 살아가기 위해 말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이해가 필요한 시기가 옵니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상담사도, 그 전화를 받아야 하는 우리도 결국은 서로의 삶 속에서 마주치며 살아가고 있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내가 옳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옳음 안에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이 있다면, 그건 결국 우리 모두를 아프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돈도 많고 우아하게 살아.
그런데 저 거지는 냄새나서 싫다. 우리 식당엔 오지 않았으면 해.
말의 온도는 다르지만, 이런 말이 누군가의 가슴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섬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다 더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닫게 되니까요.
다음에 또 전화가 온다면?
다음에 또 이런 전화를 받게 된다면, 저는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바라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전화를 받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이해하려는 시선일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오늘의 이 짧은 경험 속에서 누군가의 진심과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법륜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남을 좋아하면 내 기분이 좋고, 남을 시기하거나 미워하면 내 자신이 괴롭습니다.”
오늘도 나 자신을 따뜻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며,
여러분도 편안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신비데이즈, 서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