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그건 나를 위한 멈춤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내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이것은 나의 기록지이다.
언젠가 나의 추억이 되는, 그런…

– 조용한 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에너지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너무 피곤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분명히… 계속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이상했다.
무언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그날은 전부 망가진 느낌.
작은 실수에도 짜증이 쌓이고,
세상 전체가 삐걱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욕은 점점 줄어들고,
비판과 불만이 쌓였다.
“이러다 정말 한국을 떠나고 싶다.”
문득 그렇게 생각한 날이 있었다.

번아웃 뜻,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번아웃을 “피곤하다”는 말로 쉽게 넘긴다.
하지만 진짜 번아웃은,
‘계속 움직이는데도 멈추고 싶은 마음’이다.
정신이 지치고,
감정이 무너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껴지는 상태.
나는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쉰다는 것조차 불편해서,
오히려 뇌는 계속 깨어 있고, 마음은 조용히 비명을 질렀다.

여행이 떠오른 건, 도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해서였다.
산.
대나무 숲.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
그저 걸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생각을 안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나는 도망치려는 게 아니다.
늘 일했고, 운동했고, 뇌를 확장했고, 글을 썼다.
나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허전함은 커졌고,
‘한번쯤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라났다.

한국이라는 문화 안에서, 나와 맞지 않는 구조를 느꼈다.
한국은 대부분의 여행이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정형화된 장소, 정형화된 행동,
그리고 그 안에서 대부분은 연애나 가족 중심의 시간을 소비한다.
미디어도, 일상도,
‘사랑하지 않으면 불완전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반복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계들을 경험하며, 나는 깨달았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었다.
조건. 쾌락. 지위.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는 듯 흐르는 현실 앞에서,
나는 너무 자주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원하는 건, 사람 그 자체였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단어는
요즘 시대엔 너무 무르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단순히 예쁘고 잘난 사람 말고,
그 사람의 말투, 생각, 존재 자체를 좋아하는 그런 사랑.
그러나 대부분은 다르더라.
그래서 점점, 나는 문화 자체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갖게 됐고,
이제는, 정말로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럽…
혼자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고,
연애를 강요하지 않는 곳.
자기 성장이 더 중요한 곳.
그런 곳에서 나는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쉼은 때로, 구조 전체를 벗어나는 일이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공간의 변화’였고,
‘시선의 전환’이었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미술관을 갔을 때,
빔으로 쏘아지는 영상 작품을 보며
그 순간만큼은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게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건 싫지만,
내가 무언가에 반응할 수 있는 공간은 좋았다.
그 순간,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오늘만큼은,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서.
번아웃은 더이상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다가왔고,
나는 그것을 부드럽게 인정했다.
혼자 떠날 것이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산길로.
단지 멈추러 가는 게 아니다.
내가 살아 있는 감각을 다시 찾으러 가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내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이것은 나의 기록지이다.
언젠가 나의 추억이 되는, 그런…”